5. 현업의 종류

현업은 SI에서 엿같음을 선사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그들은 온갖 방법으로 자칫 밋밋할 수 있는 파견생활에 고난과 역경을 선사하며, 때로는 개발자가 뒷목을 잡게 하여 키보드와 마우스만 조작하던 단조로운 운동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위대한 존재이다.

세상에 여러 많은 사람들처럼 현업도 많은 종류가 있으며 개발자의 혈압을 올려주는 방법도 여러가지이다. 지금 여기서 그 대표적인 예시들을 적어보려고 한다. 물론 여기서 언급하는 종류 외에도 여러가지 종류의 현업이 있음을 명심하여야 되며, 또한 여기서 제시하는 여러 타입이 섞인 현업도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서술하는 현업은 참고만 하도록 하자.

5-1. 학생주임

이 타입들의 현업은 우리의 중/고등학교 시절 학생주임처럼 개발자의 복장과 근무태도에 많은 신경을 쓴다. 그리고 대개의 학생주임들이 야자를 사랑하듯 이들도 야근을 사랑하며 야근이야 말로 훌륭한 근무태도의 정점이라고 보는 성향이 있다. 물론 진짜 학생주임처럼 개발자들에게 체벌을 가하지는 않지만, 이를 이유로 수행사에 클레임과 패널티를 줄 수 있다.

5-2. 얼리어답터

이들은 신기술을 사랑하며 또한 숭배한다. 항상 자신의 프로젝트에 신기술을 도입하면 결과물이 더 훌륭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또한 적극적으로 밀어붙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신기술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신기술에 대해서 수박겉핥기 식으로 대충 알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며, 그렇기 때문에 도입하려는 신기술이 오히려 프로젝트에 크게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들은 자신이 숭배하는 신기술을 강하게 밀어붙이기 때문에 억지로 끼워넣다가 프로젝트가 개판이 되는 경우가 많다.

5-3. 말년병장

흔하지는 않지만 퇴사가 결정된 사람들이나 또는 퇴사를 결심한 사람이 담당 현업이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런경우 이들은 프로젝트의 성과가 딱히 자신에게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프로젝트에 별다른 의욕을 보이지 않으며, 순전히 수행사와 개발자들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다. 그 덕분에 프로젝트는 순항을 하나 그 앞에 함정이 도사리고 있을 수 있다. 프로젝트 도중 이들이 퇴사하게 되어 다음 현업이 이어받게 되면 프로젝트의 방향이 틀어지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오히려 개발기간이 개판이 될 수 있다.

5-4. 의욕과다

말년병장과 반대로 프로젝트에 목숨을 건 현업들도 존재한다. 이들은 자신의 업무평가를 위해 프로젝트에 엄청난 의욕을 쏟아부으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열의를 다한다. 하지만 무식한 인간이 용감하면 무섭다고 했던가, 정작 현업들은 개발과 시스템 프로세스 등에 잘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므로 이들의 열정과 투지는 오히려 프로젝트에 방해가 되는 요소로 작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5-5. 멍청한 탐구자

보통 이 타입은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현업보다는 다른 팀이나 다른 프로젝트의 현업들이 많다. 이들은 항상 프로젝트를 기웃거리다가 결국은 개발자들에게 어떤 프로젝트인지 어떤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지 물어본다. 여기서 알려주면 그들은 궁금한 여러가지 질문들을 하는데 물론 현업은 어느 프로젝트를 가도 현업인지 시스템의 중점적인 내용보다는 곁다리에 더 관심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시간을 뺏긴 하지만 그래도 프로젝트에 큰 영향을 끼치는 존재는 아니므로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5-6. 회식광

이들은 프로젝트보다는 회식을 사랑한다. 정확히 말하면 술을 사랑한다. 온갖 이유를 들어서 술을 먹기 위하여 회식을 주최하며 안그래도 야근에 쩔어서 피폐해진 개발자를 더 피폐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들이 가장 잘 되었다고 생각하는 프로젝트는 수행사에서 술을 많이 대접한 프로젝트이며 술을 안 사주는 수행사는 싫어하는 성향을 보인다.

5-7. 전문가

극히 일부이지만 시스템과 업무 전반 그리고 개발에 대해서 이해가 깊은 현업이 프로젝트를 맡을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프로젝트가 수월하게 풀리는 것 같지만, 문제는 이런 현업이 권한이 낮을 경우 발생한다. 안그래도 개발에 잘 알아서 깐깐하게 살펴보는데 프로젝트가 시시때때로 뒤집어 지면 코드가 뒤집어지는 마당에도 개판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되는 경우가 생긴다. 물론 그로 인해 개발자들은 죽어나게 된다.

5-8. 제레

이들은 개발자들에게 모습을 잘 보이지 않는다. 이들이 의견을 전달하는 방법은 회의를 열어 수행PM을 소환하고 수행PM에게 명령을 하달한다. 물론 진척상황에 대한 보고 또한 PM에게 전달받으며 그 외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물론 얼굴도 안 비추는 주제에 바라는 건 더럽게 많기 때문에 짜증나기는 마찬가지이다.